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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선택한 사람들..., 그 어리석음에 대하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자살과 죽음 [2009-11-18 09:54]

  •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주인공 베로니카는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진정한 안식을 준 건 자살이 아니었다.
  • ▲영화 ‘집행자’의 소재로 사용된 사형제도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직면한 생명의 본래 모습을 보게 된다. 죽음의 자각이야 말로 치열한 삶의 시작임을 우리는 깨닫는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죽음이 당신을 선택하는 것,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기 20대 중반의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고 좋은 직장엘 다니며, 근사한 남자친구가 있다. 이 세상에 그녀가 부러워할 대상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도 그녀는 집을 나서고 거리를 지나, 해야 할 일과 가져야 할 만남 속으로 몸을 이끈다.

그러다 문득 이 모든 것이 다 무료하다는 생각을 한다. 일에 성공해서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때론 남편의 외도에 미친 듯이 날뛰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조차 모른 체할 자신의 미래가......, 그저 뻔하디 뻔한, 어느 삼류 소설에나 나올 그런 인생이 싫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한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에 비하면 이 짧은 고통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제 아무 의미없는 이 세상을 등지고 아름다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 알약들을 밀어넣었다. 그녀를 천국으로 인도할 빨갛고 파랗고 동그란 알약들을......,

다가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등장하는 주인공 베로니카(사라 미셀 겔러)의 이야기다. 무료한 일상에 지쳐 자살을 선택한 베로니카는 과연 그녀의 생각대로 천국에 갔을까. 물론 아니다. 베로니카는 이웃 사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된다. 그리고 그 곳 의사로부터, 복용한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일상을 벗어나고자 죽음을 선택했지만 의도대로 죽음에 이르지 못하고, 대신 정신병원이라는 낯선 환경을 마주하게 된 베로니카. 그녀 앞에는 이전에 했던 일, 만났던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일, 만나야 할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젠 원하지 않아도 죽음이 그녈 원하고 있다는 사실.

죽음을 소재로 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집행자'는 사형집행을 앞둔 교도관들의 인간적 고뇌를 카메라에 담았다.

교도관으로 취직한 재경(윤계상)은 10년차 선배 교도관 종호(조재현)으로부터 험악한 재소자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사형수와 정겹게 장기를 두는 김 교위(박인환)로부터는 따뜻한 인간의 정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날 연쇄살인범 장용두가 교도소로 붙잡혀 오고, 이로 인해 12년간 중지됐던 사형집행이 되살아 난다. 법무부로부터 사형집행명령서를 받은 교도관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사형은 법의 집행일 뿐이라 주장하는 종호는 자발적으로 이에 동참하고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을 가진 김 교위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사형제도의 존폐 논쟁을 떠나 이 영화는 생명의 본래적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죽음을 앞에두고 있다면 그 영혼의 진실함을 드러내게 마련이며,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 또한 삶과 생명이라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마치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듯, 우리는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춰본다.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사람들로부터의 상처, 사업의 실패, 어쩔 수 없는 가난의 굴레.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죽음 이후의 평화로운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베로니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살은 그녀에게 있어 이 무료하고 건조한 삶을 벗어나게 할 유일한 탈출구이자 구원의 약속이었다.

요즘처럼 자살이 이슈가 됐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엔 한 대기업의 회장을 지냈던 사람이 사업상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다. 세상이 부러워할 성공을 거뒀고 소위 '재벌'이라 불릴만큼 많은 재산을 보유한 그가 왜 자살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지만, 전직 대통령과 유명 연예인들의 비보를 이미 접한 이 사회는 어느새 자살이란 것에 면역력이 생겨버렸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점은 그렇게 죽음을 갈망하던 베로니카가 어쩔 수 없이 죽을 운명에 처하자 그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허락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베로니카는 절망과 좌절 속에서 괴로워하며, 마치 삶을 갈망하는 사형수처럼 눈물을 흘린다. 그토록 원하던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 무엇이 두렵가 말인가. 자신을 구원의 세계로 인도할 죽음 앞에서 왜 또다시 삶을 갈망하는가.

인간이란 어찌나 나약한 존재인지. 스스로 강하고 스스로 지혜롭다 하지만 그 본래는 약하고 또한 어리석다. 베드로는 끝까지 예수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만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약함을 자각한 인간은 또한 얼마나 강해지는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용서한 주님의 사랑으로 인해 베드로는 비로소 진정한 수제자가 된다. 이처럼 약할 때 강함이 된다는 복음의 진리는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귀중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소중한 생명을 끊어버리는 무수한 사람들. 새로운 세상을 바라며 죽음 앞에서 강해지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죽음에 강한 것이 아니라 삶에 약한 것이 아닐까. 그들이 만약 베로니카처럼 어쩔 수 없이 죽을 운명에 처한다면, 그 때도 초연히 죽음을 기다리며 그 후 펼쳐질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까. 죽음의 자각이야말로 치열한 삶의 시작임을 성경은 물론, 수많은 지혜의 보고들이 증거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죽음이 당신을 선택하는 것,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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